정부가 10일 ‘반도체 세계 2강(强)’ 달성을 위한 산업개편안을 발표한 배경엔 ‘인공지능(AI) 3강 도약도 해볼만하다’는 판단이 있다. 미국·중국과 견주기엔 부족하지만, 3위 그룹 안에선 한국이 우위를 점한다고 봐서다. 취임 6개월을 갓 넘긴 이재명 대통령이 블랙록, 오픈AI, 엔비디아, 소프트뱅크같은 글로벌 기업 수장을 잇따라 만난 것도 그 연장선이다. AI 경쟁에서 밀리면 미래 먹거리의 근간, 국가 운명이 흔들린다는 말만 수십 번 했다.



하정우 대통령비서실 AI미래기획수석이 10 바다이야기예시 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경제지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최전선엔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이 있다. 새 정부 대통령실 직제 중 가장 주목 받은 신설 직책이다. 전문 기술인 만큼 대통령의 질문이 가장 많이 쏟아지는 자리이기도 하다. 용산에선 “대통령이 하정우를 AI로 쓰려고 릴게임바다신2 뽑았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하 수석은 이날 조선비즈 인터뷰에서 “AI는 전기같은 범용기술”이라며 “AI 3강을 평가할 때 ‘챗GPT, 구글 제미나이가 더 잘하니 우린 밀렸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된다”고 했다. 대신 ▲국가 AI 역량의 밀도(intensity)와 ▲절대 규모(scale)를 기준으로 삼자고 했다. 그는 “인재가 1만명인 골드몽 국가에서 1천명이 잘하는 것과, 1억명 국가에서 1천명이 잘하는 건 다르다. 기업 생태계도 그렇다”면서 “절대적 규모도 함께 봐야 한다. 그래야 입체적 역량을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AI전략委, 3대 강국 ‘액션플랜’ 연내 발표
한국 반도체의 강점은 메모리다. 반면 시스템반도체·패키징·소부장(소재 부품 장비)·인력 야마토무료게임 등은 취약 부문으로 꼽힌다. 정부는 이를 보완하게 위해 2047년까지 국내 반도체 공장 조성 사업에 70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전력·용수 공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국비 지원도 확대한다. 반도체특별법에 이러한 내용을 담은 특례를 신설한다.
주목할 건 대통령실 산하 AI국가전략위원회가 내놓을 ‘AI 액션플랜 릴게임야마토 ’이다. 목표와 실행 방안을 담은 것으로, ‘연내 발표’ 준비 작업을 이미 마쳤다고 한다. 총 3단계로 나눠 ▲인프라 구축 ▲산업·문화·국방 등 각 분야의 AI전환(AX) 추진 ▲모든 국민이 누릴 수 있는 AI 서비스가 목표다. 산업통상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 부처의 구체적인 과제를 정리했다.
하 수석은 “올해 안에 어떤 형태로든 국민이 보실 수 있도록 액션플랜을 발표할 거다. 이미 완성됐다”면서 “우리가 AI 3강으로 가기 위해 각 부처가 해야 할 과제들, 언제까지 무엇을 한다는 세부 내용이 전부 들어있다”고 했다. 논의 과정에 ‘단독 3위’ 외에도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영국·프랑스·캐나다·싱가포르 등과 ‘3강 얼라이언스’(동맹·alliance)을 만드는 방안도 거론됐다고 한다.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협업 전략이다.



하정우 대통령비서실 AI미래기획수석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경제지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안보 신뢰도가 AI 경쟁력…중견국은 中보다 韓 주목”
대통령실이 ‘3강 얼라이언스’를 고려할 만큼 중국의 AI 영향력은 막강하다. 시장 규모나 투자 규모 차이는 물론, 가격 경쟁력에선 중국을 넘기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
반면 하 수석은 “중국을 다 이길 필요는 없다”고 확언했다. 미국 패권이 확실한 만큼, 글로벌 시장의 파트너들이 ‘중국과의 지나친 밀착’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대신 ‘전반적 경쟁력’을 갖춘 한국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하 수석은 말했다. 그는 한국이 에너지 인프라, 메모리 반도체, GPU·데이터센터·클라우드 역량, LLM(대규모언어모델) 등 생산형 AI 원천기술, 산업용 로봇 밀집도 및 활용 역량 등 전 분야를 두루 갖춘 ‘드문 나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만큼은 아니어도 AI의 전반적인 것에 대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한국이 중견국들에겐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라고 했다. 또 “미국과 중국은 자체적으로 물건 만들고 수출까지 다는 식이지만, 우리는 (3위 그룹들과) 같이 만들면서 나란히 성장하는 게 가능하다”면서 “3위권 국가들 중 에너지 인프라부터 산업용 로봇 역량까지 가진 건 사실 우리나라 뿐”이라고 했다.
특히 ‘안보’에 대한 신뢰도가 가격 경쟁력을 상쇄할 거라고 봤다. 하 수석은 “중국이 100점짜리 AI를 100원에 공급하고 한국이 90점짜리를 110~120원에 공급하더라도, 많은 국가들은 ‘예측 가능한 파트너’를 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AI는 안보와 연결되기 때문에, 성능과 가격 차이가 감내 가능한 범위라면 충분히 넘길 문제”라며 “최종 목표는 중국을 능가하는 것이지만, 그걸 못한다고 우리가 기회에게 없느냐, 그렇지 않다”고 했다.
◇내년 초 ‘UAE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성과 나올 듯
이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계기로,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키로 했다. 아부다비에 150조원 규모의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세계 최대 규모다. UAE에선 국영 AI 기업인 G42가 핵심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 UAE 전체 데이터센터 용량의 70% 이상을 점유한 회사로, ‘카즈나 데이터센터’를 운영한다. 한국 기업의 참여 범위 및 시기 등이 관심 사안이다.
우리 정부는 국가AI전략위를 중심으로 과기정통부, 기후부, 해수부, 산업부 등과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워킹그룹을 UAE 측과 구성하고 있다. 하 수석은 “내년 초 정도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구체적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국가 대 국가, 또는 기업 컨소시엄 등 형태를 비롯해 각 기업의 역할과 시간표가 구체화 된다는 것이다. 통상 12월 중순은 UAE 휴가철임을 감안하면, 내년 1월부터 본격 논의가 시작돼서다.



하정우 대통령비서실 AI미래기획수석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경제지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AI는 닷컴 버블과 달라…투트랙으로 가야"
이렇게 시장이 달아오를수록 ‘버블(거품)론’도 커졌다. 최근 리사 쿡 미 연준 이사가 “자산가격 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직후, 미 주식시장에선 1996년 활황 당시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의 “비이성적 과열” 발언도 재조명됐다. 이 연설을 한 지 4년 3개월 뒤 ‘닷컴 버블’이 미국 경제와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여기에 ‘엔비디아 공매도’로 잘 알려진 마이클 버리도 AI 붐이 거품에 불과하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런 버블론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하 수석은 “그 시절 어떻게 헤징(hedging·위험 관리)을 했는지 면밀히 파악해보진 않았지만, 당시 주요 기업들의 영업이익률, 꾸준한 성장 정도, 재무환경 등은 지금이 훨씬 낫다”고 했다. 특히 “모바일 이전 시대 때 돈을 버는 속도보다 현재 AI가 이익을 만드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분석을 근거로 “닷컴 버블처럼 확 꺼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정부 차원의 ‘플랜B’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버블론이 제기되는 이유를 분석하고, 안전장치를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 수석은 ▲피지컬 AI를 중시해 공장·로봇·산업 현장과 AI를 결합, 실물경제의 생산성과 연동하는 것 ▲해외와 협업을 최대화 해 해외 자본·투자를 유치하고, UAE 등과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일각에선 ‘GPU 26만장 확보’가 엔비디아 독주의 길을 열어줬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 수석은 이에 대해 “영국이 GPU 12만장 확보했다고 그렇게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현 시점에서 엔비디아 GPU를 얼마만큼 확보하느냐는 국가 단위의 문제이자 고민”이라며 “그게 어려우니 빅테크들이 자체 AI 반도체라는 대안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하 수석은 “그나마 구글 TPU가 나와 ‘비벼 볼 만한 수준’이지만 아직까지 GPU 없이 AI 연구도, 기술 개발도, 서비스도 힘들다”면서 “당장 먹고 살 것을 고민하는 차원에서 일단 GPU를 확보하되, 긴 호흡에서 국내 기업 NPU나 TPU 등 토종 AI 반도체 생태계를 키우는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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