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용 감독 2001년 개봉작 ‘견우74’ 작가 연애담 영화화 유쾌발랄 대학생 사랑 담아
낙동강 조망 ‘오봉산’ 배경 신승훈 노래 ‘I Believe’ 감동 전지현·차태현, 일약 스타덤



오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낙동강./이달균 작가/










◇양산에서 찍으면 대박난다= 우리는 그 도시를 야마토릴게임 어떻게 기억하는가. 어떤 이는 풍광으로, 또 어떤 이는 음식으로, 또 다른 이는 사람과의 인연 등 저마다 기억의 회로는 다를 것이다. 물론 그 지역이 갖는 많은 것들이 함께 융합된 까닭으로 기억의 빛깔은 더욱 다채로워진다. 그렇다면 내게서 양산시의 회로를 푸는 열쇠는 무엇일까? 다행한 것은 몇 가지 중 영화와의 관련성이 중요한 고리로 작용한다고 말할 수도 모바일릴게임 있겠다.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지만, 한국영화사에서 신기원을 이룩한 두 편의 영화에서 양산이 등장한다. 영화 전체를 보면 작은 한 부분에 불과하겠으나 한 컷의 상징성이 영화의 무게를 더해준다면 감독이 굳이 그곳을 선택한 이유를 알게 된다. ‘엽기적인 그녀’는 오봉산을, ‘파묘’는 대운산 자연휴양림을 배경으로 했다. 양산을 대표하는 산에서 백경게임랜드 촬영되었기에 양산에서 찍으면 히트한다는 말을 해도 과언 아닌 듯하다.
오늘은 두 편의 영화 중 ‘엽기적인 그녀’ 촬영지를 찾아 양산으로 떠나본다. 누구나 인정하는 바와 같이 이 영화는 로맨틱코미디의 새로운 전환점이 된 영화이다. 오봉산은 해발 530m로 그리 높은 산은 아니나 산행 코스는 다양하다. 무엇보다 능선길의 경치가 눈을 즐겁게 신천지릴게임 한다. 내게 우리나라에서 바닷길 조망의 최적지를 묻는다면 통영 사량도 옥녀봉을, 강물길 조망의 최적지로는 이곳 오봉산을 꼽고 싶다.



올라 차태현에게 “견우야, 미안해”를 외쳤던 장면


◇‘엽기적인 그녀’ 촬영지, 오 한국릴게임 봉산= 오늘은 물금읍 물금리의 삼전 무지개아파트 위 등산로를 따라 오르기로 한다. 대부분 영화촬영지는 산이라 해도 거의가 차로 오를 수 있는 곳을 선택한다. 각종 장비가 그렇고, 배우와 스태프들의 스케줄도 맞춰야 하기에 걸어서 오르는 길은 피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한 컷을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 산을 오르는 수고를 감내한 그들의 열정이 눈에 선하다.
곽재용 감독은 낙동강의 조망을 가장 아름답게 담아내려면 이 정도의 수고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했으리라. 촬영지를 다녀보면 그 영화가 그 지역에서 촬영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시민이 많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미 24년 전에 개봉한 영화인데도 등산하면서 만난 시민 대부분은 알고 있었다.
그 이유는 촬영지 현장에 도착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초입에서 시작하여 0.7㎞를 허위허위 오르면 숲 사이로 하늘이 보이는 능선에 도착한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 아래를 바라보면 낙동강이 굽이굽이 흘러간다. 삼랑진, 원동 방향에서 흘러오는 상류가 오른쪽으로 펼쳐지고, 부산으로 가는 하류는 왼쪽에서 펼쳐진다. 이런 절경과 유장한 강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은 오봉산밖에 없다.



엽기적인 그녀 촬영지 안내표지판


그곳에 영화촬영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이 산을 찾은 등산객이라면 누구나 이 전망대에서 쉬어가는데, 쉬다 보면 저절로 안내판에 눈길 주게 된다. 그러니 양산 시민이 이 영화를 아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다시 말해서 이 작은 안내판 하나가 그런 사실을 알게 한 것이니 양산시의 작은 배려가 큰 효과를 나타내고 있음을 단적으로 알게 한다.
“견우야 들려? 나 정말 어쩔 수가 없어. 미안해. 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잔가 봐” 하고 그녀가 외치는 장소. 예전엔 없었는데 지금은 안전을 위해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마침, 산행 중인 엄마와 아들이 있어 극 중 건너편 견우에게 외치는 포즈를 취해달라고 부탁하니 흔쾌히 해준다.



산행 중이던 엄마와 아들이 영화 속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한국 로맨틱코미디의 새로운 가능성=1989년 12월, 맥 라이언·빌리 크리스탈이 주연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시작으로 1990년대 할리우드는 로맨틱코미디 영화의 전성기였다. 리차드 기어·줄리아 로버츠의 ‘귀여운 여인’(1990), 톰 행크스·맥 라이언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과 유브 갓 메일(1998), 더모트 멀로니·줄리아 로버츠·카메론 디아즈의 ‘내 남자 친구의 결혼식’(1997년) 등이 매력을 더했다.
한국 영화에서 이 장르로 기억나는 영화는 1987년에 개봉한 이규형 감독의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다. 강수연(미미 역)과 박중훈(철수 역)이 주연을 맡아 당시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영화로 그해 제26회 대종상 신인감독상, 신인연기상(김세준)을 받기도 했다. 이를 기점으로 90년대까지 여러 편의 같은 장르의 영화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크게 관객을 만족시키는 영화를 찾긴 힘들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엽기적인 그녀’(2001)는 관객의 갈증을 일거에 해소해 주었다. 이전의 한국 영화는 기승전결이 뚜렷한 서사로 구성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청춘 남녀의 몇 가지 에피소드를 조합하여 제대로 된 신선한 감각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깜찍하고 유쾌하며 슬프고 발칙한 상상력을 잘 버무려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 스틸컷.


지금은 흔한 얘기가 되었지만, 당시로서는 드물게 ‘견우74’라는 작가가 자신의 연애담을 1999년 8월부터 PC통신을 통해 총 51회 연재한 것을 영화화한 것이다. 이는 미래 한국 영화계에 하나의 모범답안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영화는 전반전, 후반전, 연장전 등 세 부분으로 구성한다. 전반전은 순진하고 평범한 대학생 견우(차태현)와 엽기적인 그녀(전지현)와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견우의 이상형이었지만, 처음부터 엽기적 행각을 보여준다. 술 취해 지하철에서 앉아 있는 노인에게 뱃속의 것을 토하면서 견우에게 “자기야” 하며 애인인 척하여 결국 그녀를 업고 나오게 한다.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그녀는 만화보다 더 만화적인 시나리오를 써와 영화사에 갖다주라 하여 매번 견우를 난처하게 한다. 이를테면 황순원의 ‘소나기’를 엽기적으로 비틀어, 죽을 때 관과 함께 남자친구를 산 채로 묻어달라고 하는 해괴한 결말이 그렇다. 이는 일부러 그녀의 독특한 정신세계를 코믹하게 보여주기 위한 장치다. 모든 것이 자기주도형인 그녀와의 첫 사귐이 전반전을 구성한다.
후반전은 그런 점입가경의 사귐에 초점을 맞춘다. 100일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그녀의 수업 시간에 장미를 가져오라고 하고, 견우는 부끄럼 무릅쓰고 장미를 전하며 여학생들의 박수 세례를 받는다. 나아가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클럽에서 광란의 춤을 추기도 한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 스틸컷.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소개팅 현장에 견우를 부른다. 성숙하고 스마트한 상대(임호)를 보면서 견우는 그녀를 보내주기로 한다. 그리고 그녀가 화장실에 간 사이, 그에게 그동안에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10가지를 부탁한다. 만남 100일 되는 날, 강의실로 찾아가 장미꽃 한 송이 전해주기 등등. 그렇게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면서 둘은 훗날 서로의 확인을 위해 소나무 아래에 편지를 넣은 타임캡슐을 묻는다. 2년 후 이곳에서 다시 만나 편지를 함께 읽기로 약속하면서 각자의 길을 간다.
연장전은 견우가 그녀와의 에피소드를 PC통신에 연재하면서 유명해지고 영화화가 결정된다. 2년이 지나 약속한 날 그녀는 오지 않는다. 타임캡슐에서 꺼낸 그녀의 편지엔 그동안의 엽기적 행위를 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알게 된다. 그 사연은 이 영화의 감동과 맞물려 있으므로 여기서 굳이 밝히고 싶지 않다. 못 보신 분은 결말 또한 영화로 확인하시기 바란다.
시계를 뒤로 돌려보는 재미도 있다. 모텔방에서 숙박계 적는 장면은 완전히 사라진 과거 이야기다. 또한, 지하철에서 자리 양보하지 않는다고 청년 머리를 때리는 장면, 술 취해 노인의 머리에 토하는 모습 등은 지금이라면 실시간 영상으로 중계될 것이고, 신상을 털어 엄청난 지탄에 직면할 수도 있다. 24년 전이라면 벌써 한 세대가 지난 셈이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 스틸컷


영화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관객 수 488만명은 당시로서는 상당한 흥행이다. 국내에서의 성공도 성공이지만 일본, 중국, 대만, 필리핀, 홍콩,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지역에 두루 배급되며 블록버스터 시장을 강타했으며, 미국 내의 아시아계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 영화로 선구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와 함께 수상내역도 화려하다. 2001년 청룡영화제에서 차태현이 신인남우상, 2002년 유바리 세계판타스틱 영화제 ‘영 판타스틱’ 부문 대상, 2002년 대종상에서 곽재용 감독이 각색상, 전지현이 여우주연상을 각각 받았다. 이후 차태현, 전지현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전지현은 청춘스타에서 지금은 농염한 배우로 성장하여 영화, 드라마, 광고 전반에서 대체 불가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좀처럼 코믹 역을 하지 않는 한진희가 코믹한 아버지로 나오고 김인문, 송옥숙 등이 출현하여 스크린을 빛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 스틸컷.


◇소나기, 곽재용 감독의 오마주= 곽재용 감독은 이 영화로 코믹 멜로의 정점을 찍었지만, 실은 그는 정통 멜로를 이어가는 연출자로 각인되고 있다. 데뷔작은 1989년의 ‘비 오는 날의 수채화’다. 특유의 감수성으로 구성한 영상미로 인해 당시 청춘영화의 붐을 불러일으켰다. 김현식·강인원·권인하 세 사람이 부른 삽입곡 ‘비 오는 날의 수채화’는 가수 이름만큼이나 강렬한 애창곡이 되어 영화를 기억하게 한다.
멜로의 주된 정서는 그리움과 애틋함이다. 한국인의 이런 정서는 옛적 교과서에 실렸던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에서 연유된 바 크다. 이 영화 속에서도 에피소드 하나를 삽입하는데, 소설을 말도 안 되게 비틀어 여주인공의 귀엽고 엽기적인 상상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곽재용 감독은 이듬해인 2002년도에 연출한 영화 ‘클래식’에서는 ‘소나기’를 오마주한 정통 멜로를 선보이기도 했다.
여기서 ‘클래식’을 잠깐 소개해야겠다. 이 영화에서 남녀 주인공이 소나기를 피하는 원두막 장면은 양산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손예진은 1인 2역으로 열연했는데 주희(손예진)와 준하(조승우)의 사랑이 시작된 날도 소나기가 내렸다. 주희의 딸인 지혜(손예진)와 상민(조인성)도 소나기가 내리는 날 둘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보면 소나기는 곽재용 감독이 사랑하는 소재로 보인다. 소나기는 강렬하지만 금방 내렸다 사라진다. 주희와 준하의 사랑도 순식간에 끝나버린다. 이처럼 관객의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가 바로 한국 멜로의 정석이 아닐까.
감독마다 자신이 즐겨 차용하는 소재가 있다. 곽재용 감독이 소나기를 좋아하듯이 이창동 감독은 기차와 야유회 장면을 좋아한다. 이 두 소재는 ‘초록물고기’와 ‘박하사탕’에서 중요한 소재가 된다. 봉준호 감독은 ‘플란다스의 개’와 ‘기생충’에서 특정한 건물에 숨어 사는 사람이 상징적 존재로 등장한다.
곽재용 감독을 말하면서 OST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말한 ‘비 오는 날의 수채화’는 말할 것도 없고, ‘엽기적인 그녀’에 사용된 신승훈의 ‘I Believe’는 그야말로 찰떡궁합이었다. 2005년에 신승훈이 이 곡을 일본에서 싱글앨범으로 발표했는데 오리콘차트 13위를 기록하면서 한류 붐을 이끌기도 했다. ‘클래식’은 또 어떤가.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은 섬세한 영상미와 함께 절묘하게 어우러진 노래였기에 이 노래를 부르면 저절로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자탄풍’ 멤버인 송봉주 작사 작곡으로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기엔 안성맞춤인 노랫말이다.
그리고 2004년에는 전지현, 장혁을 주인공으로 한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를 선보였는데 이 영화는 ‘엽기적인 그녀’의 전작에 해당하는 영화로 기대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런데 되는 사람은 된다는 말처럼 의외로 대만과 홍콩, 일본에서 인기를 끌어 전지현을 한류의 중심에 올려놓기도 했다. 엽기적인 끼로 똘똘 뭉친 그녀는 아직 양산 오봉산에서 견우를 기다리고 있다. 곽재용 감독이 다시 한국 주류를 이끄는 영화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산을 내려왔다. (시인) 기자 admin@slotmega.info